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가서 문을 두드릴 수는 없었다.
발음도 이상한 스페인어로 재워달라고 했다고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안 되니까;
무작정 떠나는 게 목표였던 나의 소설은
이제 어떻게 하면 그들과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때, 케냐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있는 동네에서,
마사이 족들의 초등학교에서 일하며 한 동네 주민이 되었던 기억.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럼 일자리를 찾아보자!!
스펙과 취업이라는 현실에 등 돌리고 일탈을 꿈꾸던 그 아이는,
기어이 다른 나라의 일자리들을 찾아 헤매이기 시작했다
일단,
일하러 어디든 가야했다.
그 전에 어디로 가야할지 대략적인 그림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 방에 훅~ 가버리는
비인간적이고 시공간살생적이면서,
사람을 양계장의 닭마냥 앉혀만 두고,
불껐다켰다하면서 깨우고 재우고 먹이고 살찌우는
비행기는 정말, 최소한으로 타고 싶었다.
환경오염적인 부분도 생각해야했고,
그래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PEACE BOAT!
일본 친구들이 운영하는 NGO인데, 크루즈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평화를 이야기 하는 공간이다. 예전에 한 번 꿈꾸고 있다가,, 베트남에서 만난 형이 이야기해서 다시 떠올랐다.
그래! 그걸 타고 아메리카대륙까지 가보자!!
내가 제일 잘하는.. 무작정 들이대기!!
홈페이지 들어가서,
내용도 안보고 이메일 보냈다.
내가 탈만한 배가 없냐고.
답장이 왔다.
읽어보고 또 답장을 보냈다.
또 답장이 오고 이렇게 주고받기를 10일.
딱 10일만에 PEACEBOAT와 함께 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원래,,
차분히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정하기 보다는,
한 번 꽂히면 끝인 성격이라,
8월에 탈 배를 2월 한 달만에 이미 다 결정해버렸다.
원래 일본에서 출발해서 80일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오는 배인데,,
나는 싱가폴에서 멕시코 까지만 함께하기로 했다.
왜냐고?
이미 다녀온 일본을 굳이 또 가고 싶지 않았고,
또,,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로?
배 삯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제일 아래층에 4인실, 배로 유람하면서 창문도 없는 방의 2층 침대를 선택했다. 그것도 승객 천 명중 일본인만 990명인 배에서. 그래서 일본 친구들에게 자꾸 이메일을 보내서 졸랐다. 깎아달라고. 사실 그렇게 전문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놓고 흥정을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라도 어려운데 굳이 여행하려는 사람들을 계몽하려는 듯한 친기업적인 정부의 환율정책 때문에 깎아야만 했다. 아니면 나머지 여행이 통으로 날아갈 판이었다.
그래서,
깎았다. 배 삯은 그대로 하되, 안에서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
대신 그들은 내게 한국의 군복무제도나 위안부할머니 문제와 같은 쟁점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부탁했다. 깎아준다는 데 뭐 그 정도쯤이야! 나도 흔쾌히 OK!!
그럼 이동의 뼈대가 잡혔으니,
이제 싱가폴 전과 멕시코 이후를 계획해야 했다.
먼저,
싱가폴 이전,
작년에 베트남에 다녀왔던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부터 다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작년에 나와 만났던 꽝남성 베트남 아주머니.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 학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아주머니.
내가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래서 베트남으로 가서 육로로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싱가폴까지
그리고
중남미!!
내가 이제껏 숱하게 봤던 남미 여행기들은 잉카, 마야, 이구아수 폭포, 우유니 사막 등등..
비행기 타고 남미를 통통 튕겨 다니며 돈 쓰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난 일단 무조건 육로로 가기로 했다.
그럼 멕시코부터,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을 거쳐서, 에콰도르, 칠레에서 브라질까지
자,
이제 이동경로는 잡았으니(사실, 머릿속으로 나혼자서 구상한게 전부다)
일자리를 찾아야한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
현지 삶과 함께하고 그리고 숙식까지 싸게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내 친구 GOOGLE과 함께 NGO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무작정 이메일을 160통 정도 살포했다.
스팸수준이었다.
그리고 나의 스팸들은 다른 녀석들을 데리고 모두 돌아와 내 이메일을 점령해버렸다.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일본어까지.
그 녀석들을 모두 읽고 보는 건 정말 고난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걸러지고 걸러져 남은 나의 일자리들.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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