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5 12:53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가서 문을 두드릴 수는 없었다.

발음도 이상한 스페인어로 재워달라고 했다고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안 되니까;

 

무작정 떠나는 게 목표였던 나의 소설은

이제 어떻게 하면 그들과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때, 케냐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있는 동네에서,

마사이 족들의 초등학교에서 일하며 한 동네 주민이 되었던 기억.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럼 일자리를 찾아보자!!

스펙과 취업이라는 현실에 등 돌리고 일탈을 꿈꾸던 그 아이는,

기어이 다른 나라의 일자리들을 찾아 헤매이기 시작했다

 

일단,

일하러 어디든 가야했다.

그 전에 어디로 가야할지 대략적인 그림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 방에 훅~ 가버리는

비인간적이고 시공간살생적이면서,

사람을 양계장의 닭마냥 앉혀만 두고,

불껐다켰다하면서 깨우고 재우고 먹이고 살찌우는

비행기는 정말, 최소한으로 타고 싶었다.

환경오염적인 부분도 생각해야했고,

그래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PEACE BOAT!

일본 친구들이 운영하는 NGO인데, 크루즈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평화를 이야기 하는 공간이다. 예전에 한 번 꿈꾸고 있다가,, 베트남에서 만난 형이 이야기해서 다시 떠올랐다.

그래! 그걸 타고 아메리카대륙까지 가보자!!

내가 제일 잘하는.. 무작정 들이대기!!

홈페이지 들어가서,

내용도 안보고 이메일 보냈다.

내가 탈만한 배가 없냐고.

답장이 왔다.

읽어보고 또 답장을 보냈다.

또 답장이 오고 이렇게 주고받기를 10일.

딱 10일만에 PEACEBOAT와 함께 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원래,,

차분히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정하기 보다는,

한 번 꽂히면 끝인 성격이라,

8월에 탈 배를 2월 한 달만에 이미 다 결정해버렸다.

 

원래 일본에서 출발해서 80일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오는 배인데,,

나는 싱가폴에서 멕시코 까지만 함께하기로 했다.

왜냐고?

이미 다녀온 일본을 굳이 또 가고 싶지 않았고,

또,,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로?

배 삯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제일 아래층에 4인실, 배로 유람하면서 창문도 없는 방의 2층 침대를 선택했다. 그것도 승객 천 명중 일본인만 990명인 배에서. 그래서 일본 친구들에게 자꾸 이메일을 보내서 졸랐다. 깎아달라고. 사실 그렇게 전문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놓고 흥정을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라도 어려운데 굳이 여행하려는 사람들을 계몽하려는 듯한 친기업적인 정부의 환율정책 때문에 깎아야만 했다. 아니면 나머지 여행이 통으로 날아갈 판이었다.

그래서,

깎았다. 배 삯은 그대로 하되, 안에서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

대신 그들은 내게 한국의 군복무제도나 위안부할머니 문제와 같은 쟁점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부탁했다. 깎아준다는 데 뭐 그 정도쯤이야! 나도 흔쾌히 OK!!

 

그럼 이동의 뼈대가 잡혔으니,

이제 싱가폴 전과 멕시코 이후를 계획해야 했다.

먼저,

싱가폴 이전,

작년에 베트남에 다녀왔던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부터 다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작년에 나와 만났던 꽝남성 베트남 아주머니.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 학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아주머니.

내가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래서 베트남으로 가서 육로로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싱가폴까지

그리고

중남미!!

내가 이제껏 숱하게 봤던 남미 여행기들은 잉카, 마야, 이구아수 폭포, 우유니 사막 등등..

비행기 타고 남미를 통통 튕겨 다니며 돈 쓰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난 일단 무조건 육로로 가기로 했다.

그럼 멕시코부터,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을 거쳐서, 에콰도르, 칠레에서 브라질까지

 

자,

이제 이동경로는 잡았으니(사실, 머릿속으로 나혼자서 구상한게 전부다)

일자리를 찾아야한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

현지 삶과 함께하고 그리고 숙식까지 싸게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내 친구 GOOGLE과 함께 NGO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무작정 이메일을 160통 정도 살포했다.

스팸수준이었다.

그리고 나의 스팸들은 다른 녀석들을 데리고 모두 돌아와 내 이메일을 점령해버렸다.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일본어까지.

그 녀석들을 모두 읽고 보는 건 정말 고난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걸러지고 걸러져 남은 나의 일자리들.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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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5:31

이렇게 얼렁뚱땅 나의 결심은 서버렸다.

그리고

월세방 보증금을 목표로 쌓이고 있던 내 적금,

밤잠 못자며 모았던 나의 적금은

만기 10개월을 앞두고 그렇게 용도 변경 되었다.

세계 일주를 위한 통장으로.

 

결심은 섰는데 사실 막막했다.

가긴 가야 하는데, 어딜 가서 뭘 해야 할지.

만날 꿈꾸던 공상의 이야기들만 찾아서 어린 왕자마냥 여행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각종 여행기를 다 섭렵하기 시작했다.

스테디셀러를 자랑하는 한비야의 책들부터 쿠바 자전거여행, 대학생의 각종 배낭여행기 등

처음엔 모든 책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다 가 보고 싶고, 뭐든 맛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한 권, 두 권 넘어가면서

따분하고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사진들만 가득한 그림책에서부터,,

정말 뻥 안치고 뻥 2000%로 ‘긴급구조 911 남미판’ 같은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러자,

또 다시 나의 반골 기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할 수는 없을까?

 

대부분의 여행기에서는

호스텔에서 만나 소울메이트가 된 유럽 여행객들 이야기,

아니면 시장에서의 흥정 성공 사례담 모음집,

유명한 유적지나 폭포들의 기품있는 모습 등등..

그 동네의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는 찾기 어려웠다.

고작해야 길에서 만난 꼬마 이야기 정도 있을까?

거기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그들과 정을 나누고 싶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에서

mp3에서 흘러나오는 소녀 시대 노래에 ‘Gee~Gee~’거리기 보단,

버스 앞자리에서 ‘징~징~’대는 아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별 5개짜리 식당에 가서

영어로 된 메뉴판보고 시켜서 사진 찍어가며 먹는 삼계탕보다,

시장 골목 순두부백반집의 따뜻함이 서려있는 여행.

그런 여행을 꿈꾸자.

 

그래서 여행기를 보는 것을 그만두고,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웃고 싶어서.

그리고 어느 나라든 역사도 함께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야 그들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을 테니까,

 

체 게바라, 피노체트를 알고,

차베스와 피델 카스트로와는 트위터로 follow를 하고,

아르헨티나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릴 수 있게 되었다.

치기어린 마음에 시작한 꿈이

이젠 더 이상 가벼울 수만은 없게 되었다.

 

가서 그들을 만나야겠구나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한국에서 온 눈이 찢어진 아이가,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한다는 게

그들에게 작은 의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그 곳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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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00:02

항상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밤낮으로 보드카를 원 없이 마신대. 언젠가 가장 추운 겨울이 오면 나도 그 쓴 맛을 느껴보고 올거야”

“브라질에는 빈곤문제 때문에 길에서 사는 불쌍한 아이들이 2만 명이나 된대. 근데 그 아이들도 커서 사랑을 하겠지? 그들이 하는 사랑도, 힘들고 슬프기만 할까?”

“이집트에서는 더워서 밤에 관공서가 문을 연대. 밤에 가는 우체국의 느낌은 어떨까? 그 곳 스탬프가 찍힌 엽서를 집으로 보내 볼거야”

“캄보디아에서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어도 그냥 다들 구경만 하고 있대. 킬링필드 때문에 정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걸까? 가서 좀 물어보고 와야겠어.”

농담반 진담반 그냥 웃으며 말했지만, 항상 남들이 하는 ‘카더라’ 방송을 나는 꼭 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볼리비아에 가서 코카잎을 씹어 볼거야. 정말 마약인지 아닌지 내가 확인해야겠어”

“적도 부근에 가면 돌고래가 꼭 박명수처럼 춤을 춘대. 가보고 싶지 않아?”

 

어린왕자
어린왕자 by beautymon 저작자 표시

 

그래서 항상 꿈을 꾸었다.

꿈꾼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

나 혼자서 그냥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근데,

그런데 그렇게 공상에 빠져있다보면 가끔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가끔이라기보단 조금 자주,

아니,, 많이 자주, 어쩌면 항상..

그래서 자꾸 이야기했다.

나도 내 생각이 재밌어서, 그리고 사람들도 재미있어 하니까.

조금은 과장되게, 당장 내일이라고 가서 보고 올 것처럼.

그럼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너는 정말 별난 아이인 것 같아.

재밌긴 할 것 같은데, 졸업은 언제 하려고?

나도 가보고 싶긴 한데, 그럼 모든게 다 늦어지지 않어?

한국에도 재밌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왜 굳이 남의 나라에 가서 외화 낭비를 하려고 하니?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듣게 되지만,

사실 결론은 하나다.

꿈은 꿈으로 남기고,

현실을 직시하여, 바르게(?) 살아라!!!

 

“엄마, 나 학교에서 연극동아리 할래.”“나중에 대학가서 하렴. 그 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막상 대학 가보면,

학점, 취업에 질식해서 살고,

나중에 얼마든지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바르게 살면,

취직, 결혼, 육아에,,

결국 질식해서 제대로 꿈 꿔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릴 나의 인생.

 

나이키 신발이 편한 걸 알면서도, 굳이 건담신발을 신어야했던

어린 시절부터의 나의 반골기질 때문인지,

남들이 다 시키는 대로 그렇게 바르게()?) 자라기는 싫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담배 피우면 멋있는 줄 아는

사춘기의 소년소녀들처럼.

 

그래서 남들 여름방학에 유럽갈 때,

혼자서 아프리카에 갔고,

다들 고시할 때,

남의 대학 가서 뮤지컬을 했고,

그렇게 일탈이 멋있는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용기에 탄복(?)한 줄 알고 혼자 우쭐해하며

일탈의 가속도를 붙이던 나.

사실...

지금도 그 맛을 못 잊고 살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고 다녔다.

난 이렇게 할 거야.

남들이 이거 안한다는 데 난 꼭 해보고 말겠어.

꼭 남미를 가겠다고,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일탈을 꿈꾸며 말하고 다녔다.

현실에 찌들어 사는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길래,

나도 꿈 꾸는 게 좋아서

그래서 그랬던 건데,

  

어느 날,

말의 씨앗이 싹을 틔고, 꽃을 피워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동원아, 너 그때 크루즈 여행 간다는 건 어떻게 되었어?”

“응?? 무슨 크루즈??”

“너 지난 번에 크루즈 여행갈 거라고 적금 넣는다며, 그거 언제 갈거야?”

“(헉.. 내가 그랬었나...)아,, 그거?? 공익 끝나면 가보려고 ^^;;”

“우와, 진짜 넌 대단하다. 내 친구들한테도 너 이야기 했더니 너 꼭 한번 만나보고 싶대. 나중에 여행 계획 다 세워지면 말해줘~너 가기 전에 내가 한턱 쏠게”

“너, 남미는 내년에 출발하는 거니?”

“남미..............요?”

“너 전에 만날 남미 얘기만 했었잖아, 비행기가 어떻고 숙소가 어떻고 거기 사람들이 어떻고,, 하루 종일 남미 책만 보더니,, 너 가는

거 아녔어? 다들 가는줄 알던데?”

“아... 그거요?? 가야죠.. 가려구요.. 여름이 오면 가려구요”

“그래 정말 너 같은 용기가 부럽다. 몸 조심히 잘 다녀 오렴.”

 

내가 뿌린 씨앗들이,

사방에서 꽃을 피워서 해바라기마냥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는 생각?

용기 없는 겁쟁이, 거짓말쟁이가 될 것 같다는 느낌?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아,,

진짜 가야겠다 이젠.

어떡하지?

점점 숨이 막혀왔다.

어떻게.. 정말 가야하는 건가?나는 스스로 역마살을 끼운 건가?숨을 거의 못 쉬게 될 때쯤,

문득,,

근데.. 못 갈 것 없잖어?까짓 것 한 번 가보지 뭐.

갈거야. 그냥 가는거야!!!!!!!

그 순간, 조여가던 나의 숨은 트이고 난 어느새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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